북한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앞세워 ‘디지털 국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제재로 막힌 외화 수입로를 해킹과 암호화폐 거래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북한 경제의 회복을 이끌기는 어렵다”며 “비트코인은 생산수단이 아닌 체제 유지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5년간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군수물자 조달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 조직 ‘라자루스(Lazarus)’를 중심으로 김책공대, 김일성대 등에서 해킹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북한이 내세우는 블록체인 ‘국부화’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국제 금융망(SWIFT)과 달러 중심 결제 체제를 우회해 자체 암호화폐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북한은 이를 통해 외화 결제 없이도 국외 거래를 수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내부 결제 수단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통한 ‘경제 회복’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가치만 있을 뿐, 전력·원자재·생산설비 등 실물경제 요소를 대체할 수 없다. 또 제재 국가인 북한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거래소 접근이 제한돼 있어 국제 거래망 활용에도 한계가 크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 이모 박사는 “북한의 암호화폐 전략은 자립경제 실험이 아니라 제재 회피형 금융 수단에 가깝다”며 “블록체인은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데, 폐쇄적 체제의 북한이 이를 경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노리는 것은 ‘경제 부활’이 아니라 ‘체제 생존’이다. 비트코인은 북한에 실물경제를 되살릴 열쇠가 아니라, 국제사회 감시망을 피한 ‘디지털 비밀금고’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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