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평소 건강한 사람도 쉽게 컨디션이 무너진다. 특히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여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환절기 큰 기온 차는 혈압 상승과 혈관 수축을 유발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입니다. 왼쪽은 추위에 노출된 사람과 심장 이미지, 오른쪽은 뇌혈관 구조를 보여줍니다.
환절기 큰 기온 차는 혈압 상승과 혈관 수축을 유발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입니다. 왼쪽은 추위에 노출된 사람과 심장 이미지, 오른쪽은 뇌혈관 구조를 보여줍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 유지를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혈압과 맥박이 함께 상승한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혈관에 부담이 쌓이고 손상돼 환절기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 된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기반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급성심근경색 발생률은 봄(63.1명)이 가장 높고 겨울(61.3명), 가을(59.5명), 여름(57.1명)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팩트시트 2024’에서는 뇌졸중 주요 위험 요인으로 고혈압(67.9%), 이상지질혈증(42.5%), 당뇨병(34.3%), 흡연(21.9%)이 꼽혔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오규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위험 요인이 누적되면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결국 동맥경화반이 터지면서 혈관이 급격히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당뇨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노폐물을 쌓이게 해 혈관 탄력성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혈류가 막히거나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감염도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이민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감염 후 2~3주 동안 혈관이 불안정해지고, 독감처럼 전신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혈전성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미국 연구에서는 독감 유사 증상 후 15일 이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약 3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절반은 기존에 증상이 없던 사람”이라며 “가슴이 조이거나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뇌졸중 역시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김영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혈관이 막히고 1분이 지나면 뇌세포는 200만개씩 손상된다”며 “증상 발생 후 4시간 반 이내가 약물 치료 가능 시간이며, 12시간이 지나면 혈관 재개통 시술도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안면마비, 발음장애, 팔·다리 힘 빠짐, 실어증, 시야장애, 심한 어지럼증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절기에 실내에만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윤영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적절한 신체활동은 혈당과 체중을 조절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기온이 오른 오후에 하루 20~60분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혈압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한다. 온도가 1도 내려가면 혈압은 평균 1.3㎜Hg 오른다. 아침저녁 기온차가 10도 이상이면 혈압은 13㎜Hg 이상 상승할 수 있다. 기온 차가 13도를 넘으면 혈압 상승폭은 17㎜Hg에 달한다.

아침 시간대에는 혈압이 특히 높다. 잠에서 깬 뒤 약 2시간 동안 혈압이 급격히 올라 고혈압 환자에게는 위험한 시간이다. 윤 교수는 “고혈압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혈관 손상이 진행돼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기온 변화가 큰 날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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