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발효 식품이지만,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나트륨 과다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치의 유산균·비타민 이점은 살리되 섭취 빈도와 양을 조절하고, 채소·과일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곁들이는 식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종류의 김치는 유산균과 비타민이 풍부한 발효식품으로,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나트륨 과다 섭취를 피하기 위해 주 2~3회, 1/4컵 정도의 소량 섭취가 권장되며, 채소·과일 등 식이섬유와 함께 먹으면 건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다양한 종류의 김치는 유산균과 비타민이 풍부한 발효식품으로,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나트륨 과다 섭취를 피하기 위해 주 2~3회, 1/4컵 정도의 소량 섭취가 권장되며, 채소·과일 등 식이섬유와 함께 먹으면 건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김치는 배추 등 채소를 절이고 양념을 더해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류코노스톡·락토바실러스·와이셀라 등 다양한 유산균이 증식한다. 이로 인해 젖산·아세트산·프로피온산 등 유기산 함량이 높아지고 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도 풍부해진다.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에선 김치 섭취가 혈압·혈당·중성지방 수치 개선에 기여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통합건강의학연구소 샤드 마르바스티 소장은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수퍼푸드”라며 “배추의 식이섬유, 비타민 A·C·K와 마늘·생강의 항균·항염 성분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좋다고 한 번에 몰아 먹거나 과하게 자주 먹기보다 소량을 꾸준히 먹는 게 바람직하다”(마르바스티 소장). 그는 “일주일에 2~3회, ¼컵 정도만으로도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과 영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1회 권고량은 배추김치 40g, 물김치 80g이다.

염분 과다는 분명한 리스크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정선 교수(대한암예방학회 회장)는 “김치는 항암 성분이 많은 식품이지만 염분이 높아 과다 섭취 시 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김치 등 소금에 절인 채소의 과다 섭취가 위암 발병 위험을 약 9%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마르바스티 소장도 “김치가 혈압·혈당을 낮추는 이점이 있더라도 염분이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적정량이 핵심”이라며 “밥·곡물 요리에 가니시처럼 곁들여 총섭취량을 조절하면 맛과 건강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치의 장점(유산균·비타민)을 극대화하려면 식이섬유 섭취 전략을 병행하라고 권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채소·과일 400g 이상을 권장하며,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암·만성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Five A Day’(다섯 가지 색의 채소·과일을 매일) 캠페인을 펼쳐왔다. 우리나라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2020)은 성인 식이섬유 20~30g/일을 권장한다. 실천 요령으로는 채소 나물 한 접시(약 70g) 기준 성인 8접시, 과일은 간식으로 하루 1~2회 ‘한 주먹’이 제시된다.

식이섬유는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뉜다. 불용성(셀룰로오스·리그닌 등)은 식물의 껍질·줄기·뿌리에 많아 대변량을 늘리고 장 운동을 촉진해 변비 완화에 도움을 준다. 새우 등 갑각류 껍질에서 얻는 키토산은 가공을 거쳐 건강기능식품으로 쓰이며, 식약처 고시(개별기준)에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도움 기능이 명시돼 있다. 

수용성(펙틴·검·알긴산·한천 등)은 과일 과육·해조류·보리·귀리·콩 등에 풍부하며 물에 녹아 점성을 높여 포만감을 주고, 당·콜레스테롤 흡수를 지연시켜 만성질환 관리에 유리하다. 특히 수용성 섬유는 대장에서 발효돼 짧은사슬지방산(SCFA)을 만들어 장내 pH를 낮추고 담즙산 결합을 돕는 한편, 유익균 증식을 촉진하고 유해균 성장을 억제한다. 이처럼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며, 부족할 경우 장점막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해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보관·섭취 팁도 있다. 당근은 수확 직후 펙틴(수용성)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리그닌(불용성)이 늘어 단단해지므로 빨리 먹는 게 좋다. 옥수수는 저장 중 당분이 전분으로 바뀌어 단맛이 줄어 구입 즉시 쪄 먹는 게 유리하다. 반면 복숭아·바나나는 보관하며 펙틴이 늘어 더 부드럽고 달아질 수 있다. 다만 개인 기호에 따라 식감이 다른 과일을 선택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식이섬유는 가능하면 채소·과일로 직접 섭취하라”고 입을 모은다. 식물 고유의 파이토케미컬(색·향·맛을 내는 생리활성 물질)은 항암·항산화 등 건강 이점이 커 가공 음료보다 식품 형태 섭취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김치는 소량·꾸준히, 식이섬유는 다양하고 충분히. 맛있고 즐거운 식탁을 유지하면서 나트륨은 낮추고 유산균·섬유소는 높이는 균형이 ‘국민 반찬’ 김치를 가장 건강하게 즐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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