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광주·전남 지역 여행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10개월째 무안국제공항(무안공항)이 닫히면서 국제선을 이용하려는 지역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무안국제공항 교육용 훈련기 착륙
무안국제공항 교육용 훈련기 착륙

28일 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국내선(제주)과 함께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국제선을 운항해왔으나 참사 이후 임시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인천, 김해, 대구, 청주 등 타지역 공항의 국제선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항까지 긴 이동시간 탓에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김춘권 광주에어 대표는 "명절 연휴에 대구공항에서 베트남 전세기 8편을 편성했는데 6편이 취소되고, 2편만 겨우 손님을 채웠다"며 "그마저도 대부분 대구 주민이고, 광주·전남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 공항까지 왕복 8시간에 비행 대기시간까지 고려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안가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폐쇄 장기화로 지역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유모(33)씨는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 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심야에는 광주행 버스가 없었다"며 "2시간을 기다려 서울역으로 버스를 타고 가 KTX 첫차를 타야 했고, 아침 9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무안공항을 이용했다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코로나19도 버텼던 여행업계는 이제 생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매출은 사실상 바닥을 치고 일부는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투잡으로 생계를 잇는 상황이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기남 플래티늄 대표는 "코로나 때부터 빚을 내서라도 여행사를 운영해왔던 사장님들은 이제 투잡까지 하고 있다"며 "여행사 대부분이 직원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 가족끼리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남편이 대리운전, 배달을 뛰거나 아내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부업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업계에서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사고 조사도 중요하지만, 고사 직전인 업계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로라도 취항하든 무안공항을 얼른 재개장하든 조속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여행업계 대표들은 지난 26일 광주 서구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현실을 호소했다.

또 오는 30일에는 세종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무안공항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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