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분석해 우울 증상의 초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뼈가 드러날 정도의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뼈마름’ 유행이 확산되면서 섭식장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현상 모두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과 개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진은 대학생 64명의 10초 분량 자기소개 영상을 촬영해 얼굴 근육 움직임을 추적하는 프로그램 ‘오픈 페이스 2.0(OpenFace 2.0)’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경도 우울증을 보고한 학생들에게서 눈썹 앞쪽 올리기, 윗눈꺼풀 올리기, 입술 옆으로 늘리기, 입 벌리기 등 특정 근육의 미묘한 움직임이 더 자주 나타났다. 또 다른 학생 그룹이 영상을 시청하고 호감도·자연스러움·표현력 등을 평가한 결과도 AI 분석과 일치해, 경도 우울 신호가 타인의 인상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경미한 우울증은 뚜렷하게 부정적으로 보이기보다, 긍정적 표현력이 약화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며 “이 같은 접근법은 학교, 대학, 직장 등에서 정신건강 선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다만 연구 대상이 일본 대학생이라는 한정된 집단이어서, 연령·문화적 요인에 따른 편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 필요성은 청소년 섭식장애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뼈가 드러날 정도의 ‘뼈마름’ 체형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 현상이 퍼지면서 극단적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식증 환자 중 10~19세 청소년 비율은 44.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외모 집착과 또래 관계, 미디어 영향 등이 섭식장애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한다.
섭식장애는 대표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대식증으로 구분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음식을 극단적으로 제한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질환이며, 신경성 대식증은 폭식과 구토, 설사약·이뇨제 남용이 반복돼 신체에 큰 부담을 준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수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는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불안장애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AI 분석과 같은 기술적 도구가 정신건강 문제의 초기 신호를 포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표정 변화나 외모 집착이 단순한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가정·지역사회 차원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