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독일의 극우 활동가가 최근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했다며 여성교도소 수감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독일이 지난해 도입한 ‘성별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허점을 드러내며, 제도의 취지와 악용 가능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혐오 발언으로 실형…그리고 느닷없는 성별 전환 선언
독일 극우 활동가 마를라 스베냐 리비히(53)는 성소수자를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규정하고 증오 발언을 조직적으로 확산한 혐의로 2023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올해 5월 형이 확정되면서 그는 작센주 켐니츠 여성교도소 복역을 통보받았다.
문제는 그 직전 행보였다.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1월, 리비히는 돌연 본인의 사회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성소수자를 조롱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교정제도를 뒤흔드는 법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격화됐다.
‘성별자기결정법’의 취지와 한계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성별자기결정법이다. 독일 정부는 성별 정정 과정에서 정신과 진단이나 법원 판단을 요구하던 기존 제도가 불필요한 인권 침해라는 판단 아래, 행정적인 자기 결정만으로 성별과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법은 성소수자 인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리비히 사례는 제도가 극단적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전환 수술이나 의학적 전환 없이도 간단한 행정 절차만으로 교도소 배치 같은 민감한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극우 활동가의 이중적 전략
리비히는 성별 전환 후 스스로를 ‘말라-스벤야’라 소개하고, 립스틱과 귀걸이를 착용한 채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여성 인권운동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정반대다. 수년간 극단주의 시위를 주도하고, 난민·이주민·정치인을 조롱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왔다.
법적 제도를 역이용해 ‘피해자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교도소 내에서는 여성 수용자 안전 우려가 제기돼 독방수감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리비히는 이에 대해 “독방은 고문”이라고 반박하며 다시금 논란을 키웠다.
성별자기결정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이번 사건은 성별자기결정권 강화라는 진보적 제도 도입이 현실적 안전 및 제도적 공백과 충돌할 때 생기는 긴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리비히 사례는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결정권 보호와 제도 악용 방지를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성평등·교정정책이 직면한 공통 과제다.
